그 동네 골목에선 매달 난장이 벌어진다
‘동네발전소’는 2015년 양천구 신정동에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2013년 ‘동네를 살려보자’고 머리를 맞댄 동네 3인의 모임에서 시작해 조합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일대 상인들과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골목문화(골목플랫폼)를 만드는 중이다. 동네발전소는 사람과 사람 사이 흐르는 정(情)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돌아가는 발전소다.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는 발전소가 있다.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골목에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상생을 비전으로 공유경제를 이끌어가는 협동조합 ‘동네발전소’다. 평소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은 방수준 동네발전소 소장이 아이디어를 내 2013년 봄 문을 열었다.
동네발전소는 조합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템이 쏟아진다. 지역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취미교실 ‘동네야학당’이나, 동네 상인회가 주축이 돼 이야기를 나누는 ‘상생콘서트’, 마을 이야기로 꾸민 팟캐스트형 골목 마케팅 미디어 ‘골짜기’, 새로운 마을을 발굴 및 개척하는 ‘콜럼버스의 마을탐험’, 골목에 판을 벌여 지역을 살린다는 의미의 ‘골판지’ 축제 등 골목 곳곳에서 매달 난장이 벌어지고 있다.
작은 골목에서 돌린 발전기 하나가 동네로 또 지역사회로 새로운 ‘문화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동네 골목에 있는 유휴공간에 사람을 모으고 그 안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널리 퍼져 나가게 하면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방수준 소장은 동네발전소를 두고 일종의 ‘공유경제’라고 말했다. 공유경제란 쉽게 말해 ‘나눠 쓰기’다. 동네 주민들이 각자의 재능기부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해 문화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곳이 동네발전소다.
동네발전소가 처음부터 협동조합 형태로 출범한 것은 아니다. 방수준 소장이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20대 디자이너와 50대 화가에게 제안해 모임을 만들었고, 재미난 일을 해보자 해서 골목지도를 만든 게 시작이다. 골목지도에는 발품을 팔아 신정동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식당과 카페의 위치를 파악하고 뭐가 맛있는지, 언제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역사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지도는 인근 가게와 나누고 마음껏 사용하도록 했다. 누가 시키지도, 제작비를 준 것도 아니다. 그저 ‘골목을 살려보고 싶다’는 세 사람의 의지로 벌인 일이다.
“지도를 만들면서 골목 상점에 대한 정보와 할인쿠폰을 담은 스토리쿠폰북도 만들었어요. 프랜차이즈 매장은 빼고 개인 브랜드만 주로 넣었습니다. 세계 유명 도시에 미슐랭 가이드가 있다면 골목에는 빌리지 아티장(장인가게)이 있는 거죠.”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완성된 지도를 보면서 모임에 관심을 갖는 동네 주민들이 늘어나 모임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때마침 서울시에서 ‘주민제안사업’을 만들어서 동네 주민이 모여 모임을 만들면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 있어 사업신청서를 냈고, 800만 원의 지원비도 받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모임이 꾸려지고 지역민들이 참여하면서 야심 차게 시작한 첫 사업은 ‘동네야학당’이다.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수업을 여는 재능기부 아카데미다. 2014년 10개 수업에 70여 명의 참여로 시작해 3개월씩 기수를 바꿔 현재 7기가 운영되고 있다. 또 골목 25개 점포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상생콘서트’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가 생겨났다.
골목의 청년들을 위한 멘토링 사업도 진행했다. 골목에 있는 카페 곳곳에 멘토를 배치하고 누구나 언제든지 멘토링을 받을 수 있게 한 일명 ‘맛테이블(MOT table)’ 프로젝트다.
“모먼트 오브 트루스(Moment of Truth). 찰나의 순간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제공하는 중요한 지점이 된다는 의미로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워런 버핏의 점심식사’를 모티브로 삼았어요. 워런 버핏이 자신과의 점심 식사를 경매에 부친 적이 있어요. 저는 워런 버핏과 같은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자리만으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목의 중요한 주체인 청년에게 비전을 만들어주기 위한 멘토링이 필요한 이유죠.”
동네발전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소통과 상생, 비전이다. 동네야학당을 통한 ‘소통’을, 상인회를 위한 토크 콘서트로 ‘상생’을, 멘토링 사업으로 ‘비전’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골목을 활성화한다는 게 이들의 최종 미션이다.

여러 가지 사업이 진행되면서 모임은 자연스레 협동조합 형태로 바뀌게 됐다. 모임으로 활동한 지 1년여 만인 2015년 6월 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았고, 행정안전부에서 마을기업 인증을 받으며 지원금 5000만 원도 받았다.
돈이 생기자 욕심도 늘었다. 외부 인력을 끌어와 협동조합을 알리는 근사한 홈페이지를 만들고, 멘토링 서비스인 ‘맛테이블’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만들기도 했다. 사업을 크게 벌인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 조합원들은 밤낮으로 일했다. 과욕이었을까. 일이 과열되며 조합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드웨어는 갖췄지만 결국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어요. 협동조합의 시작은 ‘돈을 벌자’가 아니라 ‘재밌고 좋은 일을 하자’였는데, 과한 기획이 진행되다 보니 본업보다 여기에 더 많은 부분을 투자해야 했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이탈자들이 생겼습니다.”
이대로 동네발전소를 접을 수 없어 사업을 줄이고 운영을 축소했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협동조합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청년들과 상인들의 참여로 30여 명의 정규 멤버를 갖췄다. 방수준 소장은 조합의 비상임이사장을 맡았다.

방 소장은 지금이 바로 ‘선택과 집중할 때’라고 했다. 버릴 건 버리고, 키울 건 키우겠다는 말이다. 10월부터는 동네야학당을 개편한 ‘솔로야학당’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솔로라는 개념은 1인, 싱글 엔터프리너를 의미합니다. 기존 동네야학당이 취미를 위한 수업이었다면, 솔로야학당은 1인 기업가를 만드는 전문 아카데미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독립출판 등 1인 기업체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12가지 수업을 구성했습니다.”
지역의 범위도 넓혔다. 양천구 신정동에서 벗어나 강남구 대치동까지 공간을 확보했다.
방수준 소장은 협동조합을 이끌어 가며 거창한 포부는 아니지만 자그마한 소명이 생겼다고 한다.
“일본은 개인 브랜드가 있는 상인, 즉 자기 가게를 가진 상인이 잘 먹고 잘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큰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운영이 쉽지 않아요. 외식업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경쟁력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골목을 이루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방수준 소장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교육과 브랜딩, 미디어 사업 등 다방면에서 준비 중입니다. 프랜차이즈 관련 웹진도 계획 중이죠. 1인 기업으로 시작합니다. 이름은 임시로 ‘알파랩’이라 지었어요. 랩은 연구소의 개념이고, 알파는 고딕어로 시작, 최초, 혁신이라는 의미입니다.”
그가 골목상권의 새로운 판을 뒤흔들며 ‘플러스알파’로 작용하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기사 원문 보러 가기: https://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4504
그 동네 골목에선 매달 난장이 벌어진다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는 발전소가 있다.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골목에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상생을 비전으로 공유경제를 이끌어가는 협동조합 ‘동네발전소’다. 평소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은 방수준 동네발전소 소장이 아이디어를 내 2013년 봄 문을 열었다.
동네발전소는 조합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템이 쏟아진다. 지역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취미교실 ‘동네야학당’이나, 동네 상인회가 주축이 돼 이야기를 나누는 ‘상생콘서트’, 마을 이야기로 꾸민 팟캐스트형 골목 마케팅 미디어 ‘골짜기’, 새로운 마을을 발굴 및 개척하는 ‘콜럼버스의 마을탐험’, 골목에 판을 벌여 지역을 살린다는 의미의 ‘골판지’ 축제 등 골목 곳곳에서 매달 난장이 벌어지고 있다.
작은 골목에서 돌린 발전기 하나가 동네로 또 지역사회로 새로운 ‘문화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동네 골목에 있는 유휴공간에 사람을 모으고 그 안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널리 퍼져 나가게 하면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방수준 소장은 동네발전소를 두고 일종의 ‘공유경제’라고 말했다. 공유경제란 쉽게 말해 ‘나눠 쓰기’다. 동네 주민들이 각자의 재능기부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해 문화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곳이 동네발전소다.
동네발전소가 처음부터 협동조합 형태로 출범한 것은 아니다. 방수준 소장이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20대 디자이너와 50대 화가에게 제안해 모임을 만들었고, 재미난 일을 해보자 해서 골목지도를 만든 게 시작이다. 골목지도에는 발품을 팔아 신정동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며 식당과 카페의 위치를 파악하고 뭐가 맛있는지, 언제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역사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지도는 인근 가게와 나누고 마음껏 사용하도록 했다. 누가 시키지도, 제작비를 준 것도 아니다. 그저 ‘골목을 살려보고 싶다’는 세 사람의 의지로 벌인 일이다.
“지도를 만들면서 골목 상점에 대한 정보와 할인쿠폰을 담은 스토리쿠폰북도 만들었어요. 프랜차이즈 매장은 빼고 개인 브랜드만 주로 넣었습니다. 세계 유명 도시에 미슐랭 가이드가 있다면 골목에는 빌리지 아티장(장인가게)이 있는 거죠.”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완성된 지도를 보면서 모임에 관심을 갖는 동네 주민들이 늘어나 모임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때마침 서울시에서 ‘주민제안사업’을 만들어서 동네 주민이 모여 모임을 만들면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 있어 사업신청서를 냈고, 800만 원의 지원비도 받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모임이 꾸려지고 지역민들이 참여하면서 야심 차게 시작한 첫 사업은 ‘동네야학당’이다.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수업을 여는 재능기부 아카데미다. 2014년 10개 수업에 70여 명의 참여로 시작해 3개월씩 기수를 바꿔 현재 7기가 운영되고 있다. 또 골목 25개 점포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상생콘서트’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가 생겨났다.
골목의 청년들을 위한 멘토링 사업도 진행했다. 골목에 있는 카페 곳곳에 멘토를 배치하고 누구나 언제든지 멘토링을 받을 수 있게 한 일명 ‘맛테이블(MOT table)’ 프로젝트다.
“모먼트 오브 트루스(Moment of Truth). 찰나의 순간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제공하는 중요한 지점이 된다는 의미로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워런 버핏의 점심식사’를 모티브로 삼았어요. 워런 버핏이 자신과의 점심 식사를 경매에 부친 적이 있어요. 저는 워런 버핏과 같은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자리만으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목의 중요한 주체인 청년에게 비전을 만들어주기 위한 멘토링이 필요한 이유죠.”
동네발전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소통과 상생, 비전이다. 동네야학당을 통한 ‘소통’을, 상인회를 위한 토크 콘서트로 ‘상생’을, 멘토링 사업으로 ‘비전’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골목을 활성화한다는 게 이들의 최종 미션이다.
여러 가지 사업이 진행되면서 모임은 자연스레 협동조합 형태로 바뀌게 됐다. 모임으로 활동한 지 1년여 만인 2015년 6월 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았고, 행정안전부에서 마을기업 인증을 받으며 지원금 5000만 원도 받았다.
돈이 생기자 욕심도 늘었다. 외부 인력을 끌어와 협동조합을 알리는 근사한 홈페이지를 만들고, 멘토링 서비스인 ‘맛테이블’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만들기도 했다. 사업을 크게 벌인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 조합원들은 밤낮으로 일했다. 과욕이었을까. 일이 과열되며 조합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드웨어는 갖췄지만 결국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어요. 협동조합의 시작은 ‘돈을 벌자’가 아니라 ‘재밌고 좋은 일을 하자’였는데, 과한 기획이 진행되다 보니 본업보다 여기에 더 많은 부분을 투자해야 했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이탈자들이 생겼습니다.”
이대로 동네발전소를 접을 수 없어 사업을 줄이고 운영을 축소했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협동조합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청년들과 상인들의 참여로 30여 명의 정규 멤버를 갖췄다. 방수준 소장은 조합의 비상임이사장을 맡았다.
방 소장은 지금이 바로 ‘선택과 집중할 때’라고 했다. 버릴 건 버리고, 키울 건 키우겠다는 말이다. 10월부터는 동네야학당을 개편한 ‘솔로야학당’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솔로라는 개념은 1인, 싱글 엔터프리너를 의미합니다. 기존 동네야학당이 취미를 위한 수업이었다면, 솔로야학당은 1인 기업가를 만드는 전문 아카데미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독립출판 등 1인 기업체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12가지 수업을 구성했습니다.”
지역의 범위도 넓혔다. 양천구 신정동에서 벗어나 강남구 대치동까지 공간을 확보했다.
방수준 소장은 협동조합을 이끌어 가며 거창한 포부는 아니지만 자그마한 소명이 생겼다고 한다.
“일본은 개인 브랜드가 있는 상인, 즉 자기 가게를 가진 상인이 잘 먹고 잘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큰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운영이 쉽지 않아요. 외식업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경쟁력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골목을 이루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방수준 소장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교육과 브랜딩, 미디어 사업 등 다방면에서 준비 중입니다. 프랜차이즈 관련 웹진도 계획 중이죠. 1인 기업으로 시작합니다. 이름은 임시로 ‘알파랩’이라 지었어요. 랩은 연구소의 개념이고, 알파는 고딕어로 시작, 최초, 혁신이라는 의미입니다.”
그가 골목상권의 새로운 판을 뒤흔들며 ‘플러스알파’로 작용하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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